키르케 도서 표지/매들린 밀러 장편소설 이은선 옮김 기원전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를 지었다. 3천 년 뒤, 매들린 밀러는 키르케를 써야 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HBO MAX 8부작 드라마 확정작 2018 여성문학상 최종후보작 2018 굿리더스초이스 어워드 판타지 수상작

서명: 키르케
저자: 매들린 밀러
출판사: 이봄

 

  이 소설은 저자가 고등학교에서 고대 그리스어,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며 썼던 첫 장편소설 《아킬레우스의 노래》 이후 두 번째로 집필했다. 오딧세이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의 발목을 잡았던 마녀로 등장하는 키르케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낸 소설이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태어나 존재감이 미미한 님프로 지내다가 마법의 힘을 발견하고, 그 힘 때문에 무인도로 추방당한다.

 

(발췌) 그가 살짝 미소를 지었을까? 아마 나의 착각이었을 것이다. 평생 꿈조차 꾸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까. 나는 몸을 돌려서 그의 곁을 떠났고 흑유석이 깔린 복도를 다시 걸어갔다. 연회실에서는 신들이 서로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계속 술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았다. 내가 없다는 걸 알아주는 이가 있길 바랐지만 아무도 몰랐다. 어느 누구도 나는 안중에 없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돌멩이였다. 수천 곱하기 수천의 어린 님프 가운데 한 명일 뿐이었다.
  (발췌)  "그의 가장 큰 자랑이라니?"
   "파트로클로스라는 연인이요. 그는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선한 사람들이 전부 그랬던 것처럼요. 그가 죽자 아킬레우스는 실성했습니다. 거의 미친 수준이었죠."
(발췌)  내 섬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내 약초, 내 집, 내 동물들.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친절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그들이 평생 여기에 머물거나 말거나, 그녀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친구가 되고 그는 또다른 무언가가 되거나 말거나 결국에는 눈 깜빡할 순간에 불과할 것이다. 그들은 시들 테고 나는 그들의 시신을 태우며 그들에 얽힌 추억이 누렇게 바래는 걸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칠 줄 모르는 세월이라는 파도 앞에서는 모든 게 빛이 바랬다. 다이달로스도, 미노타우로스의 핏방울도, 스킬라의 허기도, 텔레고노스조차도. 인간의 수명은 육십 년에서 칠십 년이었다. 이후에 아이는 저승으로 떠나겠지만, 신은 죽음과 대척줌 있기에 나는 그곳으로 절대 건너갈 수가 없었다. 어둑어둑한 언덕과 칙칙한 벌판, 그 사이를 천천히 움직이는 하얀 그림자를 상상해보았다. 어떤 이는 생전에 사랑했던 사람들과 손을 잡고 걸어갔다. 또 어떤 이는 사랑했던 사람들이 언젠가 찾아올 거라 확신하며 기다렸다. 사랑한 적 없었던 사람들, 삶이 고통과 공포로 얼룩졌던 사람들을 위해서는 레테라는 시커먼 강이 마련되어 있였다. 그 강물을 마시면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위안인가.
(발췌)  키르케, 그가 말한다. 괜찮을 거예요.
  신탁이나 예언이 아니다. 어린애한테 함직한 애기다. 그가 악몽을 꾼 아이를 안고 흔들며 다시 재울 때, 베인 상처를 소독할 때, 뭔가에 쏘인 곳을 진정시킬 때 그렇게 애기하는 걸 들어왔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그의 살결이 내 살결만큼 익숙하다. 밤공기 위로 따뜻하게 번지는 그의 숨소리가 들리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는 아프지 않을 거라는 뜻에서 한 말이 아니다. 무섭지 않다는 뜻에서 한 말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여기 있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파도 속에서 헤엄친다는 게, 흙을 밟고 걸으며 그 느낌을 감상한다는 게 그런 뜻이다. 살아 있다는 게 그런 뜻이다.

 

 

더보기

  이 소설은 거의 일대기를 쓴 소설이라 나올 수밖에 없었겠지만 '여성 서사'로 강조해놓고 '엄마의 이야기'가 되면 뭔가 김이 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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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거짓] 기록 1

[P의 거짓] 기록 2

 

 

 

 

보스 컷신 중 검은토끼단 괜찮았다.

 

 

 

검은토끼단이 1회차에서 유일하게 조력자 없이 혼자 잡은 보스였다.

잡고 나서 진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는데, 말할 사람이 없었던 구슬픈 사연.

(근데 진짜 개못햌ㅋㅋㅋ)

 

[물론 내 다정한 주변인들은 들어는 줬겠지만 예상되는 상황]

나: 피의 거짓이란 게임이 있는데, 거기서 보스몹이랑 싸웠는데,

원래 나같은 똥손을 위해 조력자란 시스템이 있는데, 한번을 조력자 없이 나 혼자 잡았는데 말이야…

듣는 사람: oO(그게 뭔데)

 

 

 


이겈ㅋㅋㅋㅋㅋ

유튜브에서 락사시아를 잡을 때

데우스엑스마키나+완벽의 연마석을 이용해서 잡는 걸 배우고 나서

두근두근하며 준비했는데

거친 락사시아와 조력자의 싸움을 지켜보는 P.

 

 

 

이 게임은 다양한 무기를 써보는 것도 재미 요소인데,

'에티켓'이란 무기가 재밌을 거 같아서 써 보고 싶었지만

1회차 때 다른 건 다 무기로 바꿔놓고 에티켓만 아뮬렛으로 바꿨길래

2회차 넘어가서야 써 볼 수 있었던 무기이다.

 

반격(방어?)할 때 우산 펼치는 게 포인트인 멋진 무기이지만,

공격이 찌르기뿐이라 내 취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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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ES OF P 피의거짓 대표 이미지

 

[P의 거짓] 기록 1

퍼펫 스트링 기능 활용 미숙할 때 겪었던 이상한 경험.
나는 쟤를 당기려고 했거든요..? 근데 이상한 곳에 떨어졌다.
저기서 벗어나겠다고 1분 가까이 시도했던 나도 이상했다. 그냥 바로 탈출하면 되는데.
그날은 참 이상했어.
 
 
 

이 시대 최고의 쫄보 플레이
2회차가 더 어렵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2회가 더 쉬웠다.
1회차 때는 한 번 빼고 다 보스를 조력자랑 같이 잡았는데 2회차는 혼자서 잡고 있는 거 보면...
여기서도 2회차라 패시브로 시간 지나면 체력이랑 회복약 채워지는 거 아니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지금까지 게임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 경험이 두 번 있는데(욕은 셀 수 없음),
하나는 사펑(이 개x끼 내가 이럴 줄 알았어)이고 하나가 여기다.
공략에서 카커스랑 싸움 붙이면 된다는 걸 보고 시도했는데, 깔끔하게 되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잡긴 했는데
거의 내가 죽냐 쟤가 죽냐 수준으로 싸웠다.
나도 모르게 "와 무서웠다"가 저절로 튀어나와서 내 자신에게 놀라고 웃었음.
 

공포의 삽자루!
베니니 공장에서 만나는 삽자루는 이렇게 죽이면 된다는 꿀팁을 얻은 후로 이렇게 잘(?) 잡았다.
1회차 때는 깔끔했는데, 이 영상이 2회차인데 자꾸 삽자루가 되돌아가서 다시 불러오느라고 부산스럽게 찍혔다.
쟤도 전생의 무의식이 있었나?
 
여기 삽자루는 이렇게 잡으면 됐는데, 1회차 때 월하촌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삽자루가 진짜 지옥이었다.
그 길만 지나면 별바라기 있는 줄 모르고 꼭 거기서 걔를 잡아야겠다고 한 2~30번을 그 길을 되풀이했다.
가는 길목 카커스 다 죽이고, 삽자루 만나서 맞아죽고, 다시 환생포인트 돌아가서 그 길을 다시 가서 카커스 죽이고...
무기를 뭘 써야 하는지도 모를 떄라 더 고생했던 거 같기도 하다.
 
그냥 자포자기 하고 동굴로 도망가니 별바라기가 있었고, 거기서 싸우니 바로 죽일 수 있어서 허무했던 기억이 난다.
대성당 인내의 길이랑 월하촌 전 삽자루는 진짜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P의 거짓] 기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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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거짓(Lies of P)
출시일: 2023년 9월 18일
개발자: NEOWIZ
배급사: NEOWIZ

 
 
  스팀 상점에 뜨는 것만 보고 지나쳤었는데, 무려 국산 소울류 게임이었다. 사실 소울류 게임이 뭔지 잘 모르던 내가 다ㅋㅅㅇ이나 엘ㄷㄹ을 할 것도 아니고 이거로 맛이나 보자 하고 시작했다. 하고서 잘 맞으면 다른 소울게임들도 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개뿔. 내가 게임 못하는 거야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내 여가 시간에 대한 갈망이 크던 시기였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못하는데, 이만큼이나 시간을 들여서, 이러고 있을 일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지도 했다. 그래도 벨에포크 시대 배경이라서 예뻐서 접속할 맛은 났기 때문에, 그리고 게임은 무한 리트할 수 있기 때문에 엔딩은 봐야겠다고 꾸준히 했다. 결론은 나같은 똥손도 엔딩 볼 수 있다. (조력자 최고)
  게임을 못하면 공략이라도 보면서 했어야 하는데, 게으르기까지 하니 그냥 돌진이었다. 그래서 다음 별바라기(이동 스폿)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몰라서 중간에 죽으면 온 길 다시 가야할까봐 쫄렸던 게 스트레스였는데, 한번 해보고 생각하니 경로 자체는 단순한 편이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큰 불만족: 한국어 더빙 없음
 
 

 
주인공 P는 인형인데, 이렇게 음악을 다 듣거나 거짓말을 하면 점점 인간이 되어가는 게 인상 깊었다.
 
'사람이란 무엇일까. 음악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래?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인간의 특징이라면 인간은 좋은 존재일까? 선의의 거짓말을 택해야 할 때도 있었으니 거짓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겠다.'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친구네 집 가서 LP 처음 들어봤는데 게임에서도 들었었네. 
 

[인간성 증가 단계]
태엽이 반응한다 - 에르고가 속삭인다 - 온기가 느껴진다 - 심장이 고동친다

 

 
이 노래랑 Quixotic 좋았했다.
 
 

 녹화해둔 거 다시 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왜 저러고 있는지ㅋㅋㅋㅋ
쳐맞을 자리에서 왜 수리?

 
굳이 못하는 게임을 계속 해야 할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했던 대성당. 
결국 떨어질 거면서 쫄보 백스텝하던 모습

 

 

[P의 거짓] 기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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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곤충사회 도서 표지/최재천 지음 사회생물학자 최재천이 들려주는 2밀리미터의 작고 아름다운 사회

 

서명: 최재천의 곤충사회
저자: 최재천
출판사: 열림원

 

  저자는 서울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생태학 석사 학위·하버드대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거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강연 녹취록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발췌)  저는 학문의 경계를 넘는 사람들이 21세기의 주인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더 이상 어느 한 개인이 문제의 답을 찾는 시대가 아닙니다. 한 학문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21세기는 학문이 만나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자연과학을 하면서 인문 소양을 갖춘 사람, 인문학자지만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번 세기에 살아남는 겁니다.
(발췌)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해양생태학자이신 제인 루브첸코Jane Lubchenco 박사님이 미국 생태학회 회보에 글을 쓰셨어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생태학자의 비율을 계산해보셨더라고요. 지금은 제인 구달 박사님을 롤 모델로 한 여성 학자들이 제법 많지만, 그 당시는 여성 학자들이 압도적으로 적은 시절이었어요. 남성 중심의 분야였던 그 당시에 미국생태학회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들의 연구 키워드를 분석하셨죠. 압도적으로 많은 남성들의 연구 주제가 경쟁competition인 거예요. 거의 다 경쟁에 꽂혀 있었어요. 반대로, 여성 생태학자들의 약 40퍼센트가 자연계에서 벌어지는 협동mutualism을 연구하고 있더랍니다.
그러면서 예언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왜 여성들이 이 분야를 들여다보고 있을까? 내 생각에는 앞으로 이 분야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 말씀이 맞아떨어졌어요. 지금은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협동을 연구하는 사람이 무지하게 많아졌어요.
(발췌)   의학 계열 학생들이 공부를 제일 안 해요. 큰일 없는 한 본과로 진학하기 때문에 의예과 2년은 팽팽 놀아요. 제일 가르치기 힘든 반인데, 어느 날 그 친구들이 낸 리포트를 봤더니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여러 명에게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거예요. 한 친구 것을 베낀 거죠. 제가 여덟 명을 발견했어요. 수업을 끝내면서 칠판에 여덟 명의 이름을 쭉 적고 개별적으로 약속을 잡아 찾아오라고 했죠. 한 녀석씩 찾아왔어요. 증거를 들이댔더니 고개를 푹 숙이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내가 부정행위로 학교에 신고해 너를 본과에 진학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서울대 의예과는 대한민국에서 1등 한 사람만 오는 곳이 아니냐. 너희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너희가 부정하게 살면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너희랑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냐.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가며 오로지 정도만을 걷겠다고 내 눈을 보고 약속해라. 내가 네 인생을 쫓아다니며 그렇게 사는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네가 진심으로 나와 약속하는 것 같으면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마.”
  그렇게 여덟 명 모두에게 약속을 받았어요. 이때 제가 추가로 했던 말이 “가진 자가 공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가진 자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된다”라는 거였어요.
  여덟 명 모두에게 약속을 받고 없었던 일로 처리했습니다. 세월이 좀 흘러서 여덟 명 중에 한 명이 제게 연락을 했더라고요. 종종 그때 얘기를 하면서 살아왔다고, 부끄러움 없이 살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고맙다고 하면서 언제 한번 여덟 명이 찾아온다길래,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인사나 하자고 오지 말라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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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레라면 질겁하기 바쁘기 때문에 들여다 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는 거 들어보니 생태계라는 게 신비롭고 재미있었다. 자연에서 배울 게 이렇게나 많은데 이미 많이 해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오늘도 인쇄를 더 하냐 덜 하냐 고민하다가 시간 아끼겠다고 종이 낭비쪽으로 선택했다. 부끄러워지네. 책을 읽으면 뭘 하니 기억을 못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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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도서 표지/김완 지음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 "모른 척 지나쳤던 이웃들의 고단했던 마지막을 미춰 역설적으로 삶의 강렬한 의지와 소중함을 전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추천! 김영사

서명: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김완
출판사: 김영사

 

  특수 청소를 하는 저자가 일을 하며 경험한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들을 엮은 책이다.

 

(발췌)  가방 속에서 이력서가 발견되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오 년을 근속하고 또 다른 대기업 공장으로 옮겨 또 몇 년 동안 일했다. 이 년 뒤 서른이 될 나이다. 단색 배경에 표정 없는 증명사진, 한 반에 동명이인이 꼭 한 명은 있을 것 같은 흔한 이름. 이력이라곤 단 몇 줄뿐, 여백을 많이 남긴 이력서는 그녀가 짓는 풍부한 표정과 좋아하는 음식과 오랫동안 따라 부른 노래와 닮고 싶었던 사람과 사랑하는 친구의 옆모습에 대한 기억은 담아내지 못한다.  텐트 뒤에서 책 몇 권을 발견했다. 이 세상에 캠핑을 온 것처럼 실로 간단한 살림을 꾸리면서도 그녀의 곁을 지켜준 책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참 소중한 너라서》  《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모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서점에서 이 책들을 발견하고 집 혹은 집이라 불리는 캠핑장에서 읽기 위해 값을 치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텐트 안 램프에 불을 밝히고 문장을 읽어나가며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군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했다면 스스로 삶을 저버리겠단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어느덧 서른을 맞이하고, 소중한 '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끔은 울기도 하겠지만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내 마음도 모르면서, 내 마음도 모르면서….
  그녀 마음의 아주 사소한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동료가 알아채지 못하게 눈물을 홈치고 책들을 서둘러자루에 쏟아부있다. 오늘 이마저 사라지고 완전히 팅 비워질 이곳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밖과 이둠이 야속하다.  
(발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이해 불가의 쓰레기를 수습하러 온 나는 누구인가?  내가 이곳에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었이고, 지금 나는 무엇을 발견하려고 하는가?  그는 왜 나라는 인간에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굳이 내 판단의 사슬에 그를 옥죄어야만 하는가?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해답도 없고 답해줄 자도 없다. 면벽의 질문이란 으레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더보기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죽은 사람의 소지품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무례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갔는데, 다 읽고 나니 무례한 건 나였다. 작가님은 인간에 대한 애정(인류애)을 간직하고 열심히 사시는 분이었는데, 마냥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나도 하는 일에 대해 편견어린 말(좋은 일 하시네요, 힘드시겠네요 등)을 종종 듣는데 그런 부분에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배움도 있었다.

  죽고싶다는 연락을 종종 받으신다는데(오죽 절박하면 그러겠냐만 대체 왜 이 분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는 일화를 보며 말 한 마디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또 이렇게(?) 굴러가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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